머스크의 극우 행보에 테슬라 차주들만 '봉'됐다

2025-03-12 11:57
 전 세계적으로 '테슬라 타도(Tesla takedown)'를 슬로건으로 내건 불매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운동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트럼프 행정부 내 역할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는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이끌며 추진하는 공무원 대량 해고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머스크는 취임 직후부터 연방 공무원 수를 대폭 축소하고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강경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 노동계와 공공부문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유럽에서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에 대해 보이는 적대적인 정책 기조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의 측근인 머스크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머스크 본인이 최근 유럽 각국의 선거에서 극우 정당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면서 반감은 더욱 커졌다.

 

프랑스에서는 머스크가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을 지지한다는 발언 이후 테슬라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보고가 있으며, 독일에서는 머스크의 극우 성향 발언 이후 테슬라 차량에 대한 불매운동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를 통한 정치적 발언이다. 그는 이 플랫폼을 통해 이민자 정책 강화, 복지 축소, 환경 규제 완화 등 트럼프의 정책 기조와 일치하는 극우적 견해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이러한 행보는 테슬라가 그동안 환경 친화적 기업으로서 구축해온 이미지와 충돌하며, 많은 소비자들의 실망을 샀다.

 


불매운동은 단순한 구매 거부를 넘어 더욱 과격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테슬라 차량에 대한 물리적 공격도 보고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는 주차된 테슬라 차량의 타이어를 훼손하거나 차체에 낙서를 하는 사례가 증가했으며, 유럽 일부 도시에서는 테슬라 충전소를 의도적으로 파손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테슬라 차주들이다. 한 테슬라 모델 3 소유자는 "환경을 생각해서 구매한 차량인데, 이제는 주차할 때마다 불안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차주는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나의 차량 선택은 별개인데, 이제는 테슬라를 운전하는 것이 정치적 선언처럼 여겨져 불편하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도 이러한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슬라 주식은 약 15% 하락했으며, 유럽과 미국에서의 판매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테슬라의 판매 부진이 단순한 경기 침체나 경쟁 심화 때문만이 아니라,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에 따른 소비자 이탈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테슬라 내부에서도 머스크의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테슬라 임원은 "회사의 핵심 가치와 CEO의 개인적 정치 견해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어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머스크는 이러한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X를 통해 "자유로운 표현과 생각은 억압될 수 없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일축했다. 또한 테슬라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단기적 판매 감소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옳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기업 CEO의 정치적 발언과 기업 이미지 간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테슬라가 CEO의 정치적 행보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상황은 많은 기업들에게 교훈이 될 것으로 보인다.